기후경제저널

AI 데이터센터, '전력정책 전면 재점검' 요구

국회 기후위 국감서 전력수요부터 지역 전기요금 지적

김영민 기자 | 기사입력 2026/10/06 [17:00]

AI 데이터센터, '전력정책 전면 재점검' 요구

국회 기후위 국감서 전력수요부터 지역 전기요금 지적

김영민 기자 | 입력 : 2026/10/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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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급증…송전망 계획 재검토

국힘 의원, 데이터센터 수요 4개월 새 급증 논란

"기업 계획만으로 전력수요 확정 안돼"

신안 해상풍력·녹색금융·태양광 사업 타당 도마

[기후경제저널=김영민기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중장기 전력정책과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제성,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 등을 놓고 의원들의 강도 높은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특히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전력수요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기존에 수립된 송전망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지, 불확실성이 큰 데이터센터 수요를 전력수급계획에 어느 수준까지 반영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호남에 6GW 이상 신규 수요…"전력망 계획 원점 재검토해야"

 

서왕진 의원은 호남지역의 전력 생산량이 지역 소비량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대규모 반도체·AI 산업이 들어설 경우 전력수급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호남지역 발전량은 약 88.3TWh로 전력판매량 64.4TWh의 약 1.4배 수준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집중된 반면 송전망 부족으로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등 지역 내 전력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정부가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호남지역 전력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서 의원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등이 추가되면서 2030년대 중반까지 상당한 신규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규모가 확대될 경우 필요한 전력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서 의원은 기존의 ‘호남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 중심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기보다 새로운 수요와 발전지역을 반영해 국가 전력망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도 이에 공감하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전력망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4GW→11.9GW'급증…"검증부터 해야"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전력수요 전망의 신뢰성도 도마에 올랐다.

 

정혜경 의원은 정부가 전망한 2040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불과 몇 개월 사이 크게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기업이 제출한 투자계획만으로 실제 전력수요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는 반도체 생산시설과 달리 입지와 규모, 투자시점 등이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확정수요와 잠재수요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데이터센터 수요를 반도체 수요와 분리해 별도의 시나리오로 관리하고, 불확실성이 큰 수요는 별도로 취급하는 방안을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장관도 이러한 취지를 수요예측에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질의에서는 한전의 송변전 접속 대기 데이터센터 144곳 가운데 127곳이 ‘고객 준비 중’으로 분류돼 있다는 자료도 제시됐다. 이는 전력망 접속 여건과 별개로 사업자 측 사정 때문에 실제 전력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 의원은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를 무조건 발전소 증설의 근거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제 투자·인허가·입주계약·가동 가능성 등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효율·재생에너지·물 사용량 공개해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과 환경 부담을 관리할 제도 마련 요구도 나왔다.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사용효율 기준을 적용하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일정 시점까지 전력사용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또 전력과 물 사용량을 사업자가 공개하도록 법·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성환 장관은 데이터센터 전용요금제 설계 과정에서 이 같은 조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관은 12차 전기본과 관련해 기후위기 대응, AI 혁명에 따른 전력수요 대응, 산업경쟁력과 전기요금 부담의 균형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신안 해상풍력 '국민성장펀드 1호' 경제성 논란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의 경제성과 정책금융 지원 적정성도 논란이 됐다.

 

이헌승 의원은 해당 사업이 KDI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으로 다시 추진되고 있다며 사업 타당성을 따졌다.

 

질의 과정에서는 당초 사업의 BC값이 0.57, 수익성지수가 0.97에 그쳤다는 자료가 제시됐고, 이후 사업 구조와 출자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재추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총사업비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단순히 자금조달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예타에서 지적된 출력제어와 발전량, 공사비 등 핵심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한 뒤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일부 설명에 착오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업기간 조정과 장기 고정계약 등을 통해 사업성이 개선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의원은 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인 만큼 향후 유사 사업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함께 사업성 개선 여부와 잔존 리스크, 리스크 관리 주체 등을 재점검해 국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녹색 정책금융, 렌터카에 130억원…"지원 우선순위 재설계해야"

 

녹색 정책금융의 지원 대상과 사후관리 문제도 지적됐다.

 

이용우 의원은 2022~25년 온실가스 감축 기업을 대상으로 한 녹색 정책금융을 통해 렌터카 업계에 약 130억원의 대출이자 지원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분야 지원은 약 30억원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의원 측 설명이다.

 

이 의원은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기술개발과 산업전환 분야보다 기존 영업활동에 가까운 렌터카 사업에 더 많은 정책금융이 지원되는 것은 정책 우선순위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렌터카 업체가 무공해차 도입계획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이자 지원을 받고 실제 전기·수소차 도입 실적이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사후 검증하지 않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 장관은 렌터카의 전기차 전환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살펴보고, 녹색 정책금융의 지원체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태양광 사업비·인허가·전력망도 손질

 

태양광 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설치비와 인허가, 계통연계, 공공부지 활용 등 전 과정의 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용우 의원은 규모가 커질수록 태양광 설치비가 낮아지는 만큼 소규모 사업의 공동구매·공동발주를 확대하고 전문기업을 통한 시공으로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발전사업 허가 이후 개발행위허가와 계통연계까지 장기간이 걸리면서 사업자의 금융비용이 커지는 문제를 지적하고, 지자체와 한전 등이 참여해 인허가 절차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 자료를 근거로 발전허가 후 1년 이상 이용신청을 하지 않은 사업과 신청 이후 1년 이상 계약하지 않은 사업 등 이른바 ‘허수 사업’을 정리해 상당한 계통 여유용량을 확보한 사례도 언급됐다.

 

이 의원은 회수된 계통용량을 단순 대기순서가 아니라 실제 사업 준비가 된 사업자에게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장관은 태양광 경쟁력 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설치비 절감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담당 인력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 놓고 '전력은 구분 가능한가' 공방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했다.

 

박상원 의원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특정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설계하는 것이 전기공학적으로 가능한지 따져 물었다.

 

하나의 전력망에 전력이 섞여 공급되는 상황에서 특정 발전소의 전력을 특정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한다고 물리적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김 장관은 전력 자체에 이른바 ‘꼬리표’가 붙어 어느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어느 소비처에 들어갔는지를 물리적으로 일일이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만, 전력 흐름과 송전망 이용 상황을 통해 송전비용 등을 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제 개편 과정에서 송전망 이용비용, 지역별 전력자립도, 국가균형발전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다회용 택배상자' 지원사업도 관리 부실 논란

 

환경 분야 사업 집행의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김기현 의원은 중소 유통업체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며 국회에 보고했던 다회용 택배시장 형성 지원사업이 실제로는 대형 유통업체인 컬리에게 약 6억7천만원의 국비가 지원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지원금 상당 부분이 당초 사업 취지인 회수·세척·재공급 비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인건비나 홍보·판매 관련 비용으로 사용된 정황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국회에 보고된 사업 대상과 실제 집행 과정이 달랐다고 지적하며 사업 설계와 관리·감독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김 장관 역시 해당 사업을 보고받은 결과 “사업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철저히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공공기관 임원 임기 초과 문제도 지적

 

공공기관 인사와 임원 임기 문제도 국감에서 거론됐다.

 

질의에서는 일부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이 법정 임기를 넘어 재직하고 있는 상황이 지적됐으며, 공공기관운영법상 임원 임기와 주무기관의 감독권을 근거로 후속 인선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정부 측은 정권 교체 과정에서 인사와 관련한 소송 등이 진행되면서 일부 기관의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임기가 지난 기관장과 임원 문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정리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물관리·멸종위기종 관리도 국감 쟁점

 

에너지와 산업정책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물관리와 생물다양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학영 의원은 기후위기 시대 수량·수질·치수 관리를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과 여러 부처에 분산된 관련 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민간 자문기구 성격이 강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실질적인 행정위원회로 강화하고 사무국과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장관은 극한호우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 물관리 체계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을 보다 촘촘하게 운영하고 3기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분절된 체계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멸종위기종과 동물복지 문제에서는 동물원·사육시설의 ‘체험교육’을 명분으로 한 과도한 인위적 행위에 대한 관리 강화 요구도 나왔다.

 

12차 전기본, '수요 검증'과 '전력망 재설계' 핵심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공통된 문제의식은 결국 전력수요를 얼마나 정확하게 전망하고, 그 수요에 맞춰 전원과 송전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국가 전략산업의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기업의 투자계획을 합산해 발전소와 송전망을 확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실제 산업투자가 확정되고 전력수요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망 구축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결국 연말 확정이 예정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단순한 발전원 구성표를 넘어 AI·반도체 수요의 실현 가능성 검증, 재생에너지 확대, 원전·SMR, 석탄발전 감축, 지역별 전력수요, 송전망 투자 우선순위,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함께 재설계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성환 장관이 국감에서 밝힌 것처럼 새로운 수요와 발전 여건을 반영해 기존 전력망 계획을 다시 들여다볼 경우, 12차 전기본이 기존 계획의 단순 수정·보완에 그칠지 아니면 AI·반도체 시대에 맞춘 새로운 국가 전력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하반기 국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소속 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은 박해철, 박정, 박지혜, 이용우, 이학영, 김태선, 곽상언, 어기구, 이건태, 신정훈, 이종배, 최기상, 김주영, 안호영 의원, 국민의힘은 김형동, 김위상, 김소희, 나경원, 윤재옥, 김기현, 이철규, 이헌승, 박수민, 조국혁신당은 서왕진, 진보당 정혜경의원이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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