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오토모티브, 납 노출 노동자 건강 외면국회 긴급토론회, 작업환경·킬레이션 논란 집중 조명
납 노출 줄이기…특수건강진단 앞서 킬레이션 반복
DN오토모티브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 공개
"혈중 납 관리보다 작업환경 개선이 먼저"
전문가들 "킬레이션 납 노출 해결책 될 수 없어"
노조 "과거 노출 재구성 역학조사 강하게 요구
노동계 "국소배기·작업환경 여전히 문제"
노동부 "역학조사 실시하기로 의결"
22대 환노위 회사 대표 증언 출석 가능성
[기후경제저널=김영민 기자] DN오토모티브 노동자들의 납 노출 및 건강관리 실태를 둘러싼 의혹이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특수건강진단을 앞두고 혈중 납 수치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킬레이션 치료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회사측은 작업환경 개선보다 혈중 납 수치 자체를 관리하는 데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소속 김태선 의원(더불어민주당·울산 동구)은 21일 의원회관에서 ‘DN오토모티브 노동자 납 중독 의혹 규명을 위한 전문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산업보건학회와 대한직업환경의학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노동계와 회사, 고용노동부 관계자, 직업환경의학 및 산업보건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사건 발생 이후 실시된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와 함께 킬레이션 치료의 임상적 의미, 작업환경관리의 공백, 과거 납 노출 재구성과 역학조사 방안 등이 발표됐다.
"특수건강진단 앞두고 혈중 납 수치 낮춘 뒤 검진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노상철 단국대 교수는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DN오토모티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는 176명의 노동자가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21명은 혈액검사를 받았고, 나머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연구진은 부산과 울산지역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아 의무기록도 확보·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특수건강진단 이전에 혈중 납 수치를 낮추기 위한 킬레이션 치료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을 제시했다.
그는 "특수건강진단 일정에 앞서 혈중 납 검사를 하고, 기준을 넘을 경우 킬레이션을 시행한 뒤 혈중 납 수치가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는 방식이었다는 노동자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건강진단에서 혈중 납 수치가 기준을 넘는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았던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발표 자료에서는 한 노동자가 킬레이션 치료를 최대 26회 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또 여러 차례 킬레이션을 받은 노동자들이 치료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조사 내용도 공개됐다.
노 교수는 "킬레이션 이후 혈중 납 농도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체내에 축적된 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이후 다시 혈중 납 농도가 상승하는 양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출을 줄이기 위한 작업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하는데 노동자의 몸속 혈중 납 수치를 낮추는 데 집중했다면 산업보건의 기본적인 예방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킬레이션은 만능 해독치료 아니다"
장태원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부회장은 킬레이션 치료의 임상적 의미를 설명하며 치료가 필요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킬레이션은 체내 중금속과 결합하는 약제를 투여해 소변이나 대변 등을 통해 체외 배출을 촉진하는 치료다.
장 부회장은 특히 EDTA 계열 정맥주사제의 경우 납뿐만 아니라 체내 필수 미네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신장 기능 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적인 납 중독 치료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면서 “성인의 경우 혈중 납 농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서 무조건 킬레이션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임상 증상과 혈중 납 농도,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납 노출 근로자의 건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킬레이션이 아니라 노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며 "작업환경 관리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측정했지만 위험을 찾지 못했다…작업환경관리의 공백"
최영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박사는 DN오토모티브 사례를 계기로 작업환경 측정의 방식과 산업보건 관리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박사는 "작업환경 측정이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실제 위험을 제대로 찾아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형화된 작업을 중심으로 측정이 이뤄질 경우 정비·청소·설비 이상 등 비정형 작업이나 순간적으로 고농도 노출이 발생하는 작업이 측정에서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사업장 등의 발암물질 저감 사례를 소개하면서 유해물질을 제거하거나 덜 유해한 물질로 대체하고, 불가피한 경우 공정 밀폐와 국소배기 등 공학적 대책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가 작업과정에서 경험하는 냄새·분진·흄 등의 이상 징후를 조사 과정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노동자는 조사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찾아내고 개선책을 만드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며 “생산·구매·품질 등 실제 공정과 제품을 결정하는 부서까지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뿐 아니라 과거 납 노출 이력까지 재구성해야"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DN오토모티브 노동자들의 과거 납 노출을 재구성하는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혈중 납 농도만으로 과거의 작업환경과 건강 영향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며 “개인별 직무 이력과 근무 기간, 작업 강도, 작업공정 등을 토대로 과거 노출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작업환경 측정자료와 특수건강진단 자료의 신뢰성과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측정과 자료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산업보건 감시체계가 특정 산업이나 직무에서 발생하는 집단적 건강 이상을 조기에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자·노조·언론 등의 문제 제기가 발생한 뒤에야 정부가 대응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단적인 건강 이상 신호가 발생했을 때 추가 조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동부 "8월 경찰 수사 의뢰…역학조사도"
고용노동부는 그동안의 대응 경과를 설명했다.
신백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정책과장은 올해 1월 27일 울산지청과 금속노조 울산지부 면담 과정에서 DN오토모티브의 혈중 납 및 킬레이션 관련 문제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후 2월 현장 확인과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3~4월에는 현장점검과 노사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3월 23일부터 4월 17일까지 사업장 안전보건 감독을 실시했으며 직업환경의학 전문가와 안전보건공단 산업보건 전문가가 참여한 정밀 작업환경 측정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납 노출 공정에 대한 작업중지 및 사용중지 명령과 사업주에 대한 사법조치·행정처분을 실시했으며, 배터리 제조 동종업종 14개 사업장에 대한 기획감독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DN오토모티브에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안전보건진단과 노동자 건강상태 확인을 위한 임시건강진단을 명령했지만 노사 이견으로 아직 시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8월 13일에는 DN오토모티브와 킬레이션 의료기관에 대해 각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업무방해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지난 9월 8일 담당 사무관들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지난 15일에는 노사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고, 역학조사평가위원회에서도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을 특정 사업장의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리나라 산업보건 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노동계 "국소배기 여전히 기준 미달…노동부 관리감독 따져야"
토론에서는 노동계와 시민사회 측의 강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세민 일터안전센터장은 DN오토모티브 현장의 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노동부의 조치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박 센터장은 "관리 대상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조치가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납과 황산 등이 노출되는 여러 공정에 대해 작업환경 개선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월에 문제가 제기된 이후 9월까지 해결이 지연된 원인이 무엇인지 노동부의 감독과 조치 과정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노동부 측은 그동안 현장 감독과 작업중지, 행정·사법 조치 등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추가적인 작업환경 개선을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DN오토모티브 한 곳 아닌 전국 납축전지 사업장 살펴야"
토론회는 이번 사태를 특정 사업장에 한정하지 말고 전국적인 산업보건 문제로 확대해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장 노동자들은 납축전지 제조업체 전반에 대한 조사 필요성과 함께 작업환경 측정기관의 독립성, 특수건강진단의 신뢰성, 노동자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특히 작업환경 측정과 특수건강진단 비용을 사업주가 부담하는 현행 구조에서 측정기관이나 의료기관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동조합이 작업환경 측정이나 특수건강진단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선 "국감서 원인·노동부 대응 철저히 따질 것"
김태선 의원은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혹과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다시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납에 노출됐고, 왜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산업보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에서 확인된 문제를 토대로 국정감사에서 회사와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 및 대응을 철저히 따져 묻고 노동자 건강보호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까지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핵심 쟁점은 크게 ▲노동자들 실제 납 노출 수준과 건강 영향 ▲특수건강진단 전 킬레이션 치료 경위와 적절성 ▲작업환경 측정과 국소배기 등 공학적 관리의 실효성 ▲과거 납 노출 이력에 대한 역학조사 ▲정부의 감독·조사체계와 제도적 공백으로 압축된다.
결국 참석자들은 납 노출 문제를 노동자의 혈액 속 수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납이 노동자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작업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산업보건의 출발점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DN오토모티브를 둘러싼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는 현재 경찰 수사와 역학조사 등이 진행되는 만큼 향후 조사 결과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는 특정 사업장을 넘어 납 등 중금속을 취급하는 국내 사업장의 작업환경 측정, 특수건강진단, 노동자 참여 및 정부 감독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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