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제저널

소비자의 권리를 말해온 9년, 이제 AI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주권’을 묻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창립 9주년 맞아 각계 200여 명 한자리…“소비자의 목소리를 정책과 제도로”
시민사회 시각으로 ‘2026 대한민국 ESG 10대 기업’ 선정…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도 소비자의 판단 영역으로

강성준 | 기사입력 2026/09/17 [23:24]

소비자의 권리를 말해온 9년, 이제 AI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주권’을 묻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창립 9주년 맞아 각계 200여 명 한자리…“소비자의 목소리를 정책과 제도로”
시민사회 시각으로 ‘2026 대한민국 ESG 10대 기업’ 선정…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도 소비자의 판단 영역으로

강성준 | 입력 : 2026/09/1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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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창립 9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을 가졌다.   © 김영민 기자



“소비자의 권리, 소비자의 힘으로.”


17일 저녁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 남산홀. 시민사회와 기업·기관 관계자, 회원과 후원자 등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출범 9주년을 맞아 마련한 ‘창립 9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이다.


아홉 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자리였지만 이날 행사를 관통한 화두는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의 변화에 가까웠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경제, 개인정보, 기후위기와 ESG까지 소비자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소비자운동 역시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격과 품질을 따지고 피해를 구제하는 전통적인 소비자운동에서 나아가 기업과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소비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그 질문의 핵심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지난 9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는 한편 내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소비자의 권리를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자 생활 속 권리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이 단체가 다뤄온 의제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읽힌다.


플랫폼 광고와 소비자 권리를 비롯해 농어촌 재생에너지, 자동차 대기오염, 상수도관 혁신, AI와 일자리 보호 등 과거 소비자운동의 전통적인 영역만으로는 쉽게 묶기 어려운 문제들이 주요 정책 의제로 등장했다.


소비자의 일상이 디지털과 환경, 금융과 통신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맞물리면서 소비자 권리의 범위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관심사는 ‘2026 대한민국 ESG 10대 기업’ 발표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일렉트릭,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삼성SDS, SK하이닉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유한양행 등 10개 기업을 올해 ESG 기업으로 선정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환경·거버넌스와 이해관계자 부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평가에는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공영역 자료 등이 활용됐으며 GRI를 비롯해 ISO 26000, CDP, TCFD, CSRD, ISSB 등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지속가능경영 관련 기준과 공시체계를 참고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기관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날 발표가 갖는 특징은 소비자 시민단체가 평가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만들어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기업의 환경·사회적 활동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각이 기존 재무적 평가와는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기후위기가 기업의 생산방식과 공급망, 에너지 사용까지 변화시키고 ESG 관련 공시와 규범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더 이상 기업 내부의 경영 문제에만 머물기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시민사회가 성장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하는 작업이 기업을 줄 세우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녹색기술과 지속가능경영 역량을 높이는 하나의 촉매제가 돼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 김영민 기자 제공  ©



기념식에서는 윤영철 한국지역정책개발원장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지난 활동에 대한 경과를 소개했다.


정준호·천하람 국회의원을 비롯해 윤영미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정향우 기획예산처 국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등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소비자를 둘러싼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 플랫폼은 일상의 시장이 됐고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정보는 새로운 경제적 자산이 됐으며 기후위기는 자동차와 에너지, 먹거리와 생활환경까지 소비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의 권리’라는 말이 품어야 할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내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회원과 후원자, 전문가,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확대하고 정책 전문성을 강화해 소비자의 목소리를 정책과 제도 변화로 연결하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명동에 모인 200여 명이 돌아본 것은 지난 9년이었지만, 정작 소비자운동 앞에 놓인 질문은 앞으로의 10년에 있었다.


AI가 선택을 대신하고 기후위기가 소비의 조건까지 바꾸는 시대, 소비자는 시장의 마지막에 서 있는 구매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기업과 정책의 방향을 묻는 적극적인 시민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창립 10주년을 한 해 앞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새로운 10년의 문턱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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