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경 칼럼] ‘노인 일자리의 질적 쇄신’

선진국 ‘지식과 경험’ 가치로운 인간’의 인식변화
노인 일자리는 ‘생산적이며 지속성 지녀야’

강영한 | 기사입력 2020/05/21 [14:59]

[윤은경 칼럼] ‘노인 일자리의 질적 쇄신’

선진국 ‘지식과 경험’ 가치로운 인간’의 인식변화
노인 일자리는 ‘생산적이며 지속성 지녀야’

강영한 | 입력 : 2020/05/21 [14:59]

▲ 윤은경 한울네오텍 대표이사

한국과 대조적인 선진국 노인 일자리

 

이상한 일이다.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총 인구는 5100만 명을 돌파하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7700여만 명에서 2022년 약 9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년 이후인 만 60세 이상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2022년 노인 인구는 약 1,500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한다. 이는 우리나라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세로 194개 회원국 중 9번째로 높다. 60세 정년퇴직이니 은퇴 후 22년가량의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나 보장 수준이 미미한 은퇴 노년층은 즐겁고 풍요로운 노후를 기대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나이든 이들이 자신 있게 뛰어들 수 있는 일자리는 과연 몇 개나 될까.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어떤 해답을 얻었을까. 저출산·고령화를 겪은 선진국 가운데 독일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층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독일의 경제상장률이 2.1%를 기록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다른 초고령국가인 일본(1.1%)이나 이탈리아(1.7%)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다.

 

독일은 노인층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독일 정부는 노년층에 대한 정의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가치 있는 인간으로의 인식변화를 통해 노년층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독일정부는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등을 고령자 일자리 확보의 기회로 삼았다.

 

1970년대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령인구의 건전한 사회생활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일본경제의 장기적인 불황이 지속됐고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60세에 진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2006년에는 65세까지 계속 고용하는 것을 기업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였다. 일본기업 가운데 정년을 70세로 정한 곳도 전체 기업의 20%에 달한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일본은 노인 일자리로 나무 관리하는 일을 노인들에게 맡기고 있다. 산이나 도로의 가로수에는 나무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사람(노인들)의 이름이 붙여진다. 노인들은 자신의 명찰이 걸린 20~30그루의 나무를 자신의 정원에 있는 나무처럼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다. 가뭄에는 물도 주고 잔가지도 쳐주면서 나무를 보호하다 보니 산림이 울창해 질 수밖에 없다. 물론 유급이다. 이런 노인 일자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대비한 인프라 매우 열악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고령사회에 대비한 인프라가 열악하다. 민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노인 일자리는 아파트 경비원인데, 이마저도 최저임금 상승과 아파트 입주자의 부담가중이란 이유로 근무시간 단축, 인원 감축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힘들어도 좋다. 일자리만 다오하는 노인들의 작은 목소리마저도 기운 빠지게 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을 시니어클럽이나 노인복지관에 주로 위탁 운영한다. 노인 일자리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초등학교 앞 교통지원, 지하철 질서계도, 지역사회 환경개선 보호활동, 건강한 어른들이 불편한 어른들을 도우며 말벗을 해드리는 노노케어, 지역아동센터나 다문화가정, 장애인, 공공복지시설, 의료시설에서 봉사하는 등의 공익형 일자리와 커피숍이나 떡집 같은 작은 매장을 운영하거나 민간기업과 연계해 상품을 제작, 판매하는 사업, 아파트나 지하철 택배, 초등학교 급식도우미와 같은 일자리를 포함한 시장형 일자리가 그 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은 사회적으로는 유용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시장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적 일자리를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마련하여,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에게 공급함으로써 노인들에게 경제적으로 금전적인 도움을, 사회적으로는 기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나 지자체 주도 일자리 창출사업은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양적 측면의 단순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2년 약 900만 명으로 정년 이후인 만60세 이상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약 1,500만 명,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한다. 특히나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해 본격적으로 노인층에 진입해 2028년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6.25전쟁 이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폭발적으로 많이 태어난 전후세대로 어릴 적 가난을 이겨내며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단기간에 이룬 세대이기도 하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층 진입은 노인 일자리 정책이 예전과는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의 노인 계층과 달리 상대적으로 학력도 높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자부심과 긍지가 강하며, 의학의 발전에 따른 기대수명도 높아졌기 때문에 100세 시대를 앞 둔 지금, 은퇴 후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노인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노인일자리 사업은 은퇴한 노인들이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경력이나 전문성을 전혀 살릴 수 없는, 저임금의 단순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계속된다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노인 일자리는 제자리 맴돌기에 그치고 만다.

 

단순 일자리 질적 쇄신이 필요한 때

 

노인의 연령이나 학업수준, 근로능력, 근로의사는 제각각 다르다. 어느 것의 가치가 더 높다 낮다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임시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단기의 단순 일자리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평생교육 차원으로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인력개발센터 등의 각종 기관에서 배운 기술이 단순히 취미로 끝나지 않고 취업과 연계되어 노년의 인생을 새롭고 더 활기차게 살 수 있도록 연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직 은퇴 노인이 그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청년 근로자들의 멘토가 되어 주고, 본인도 장기적으로 다음 세대와 함께 일하며 자신의 노후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고, 양질의 일자리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취업연계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723만 명이라 한다. 매년 거의 20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현직에서 은퇴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노인층, 이들의 은퇴는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심각한 노동시장에서 숙련된 노동력의 부족과 숙련된 기술의 단절이라는 크나큰 문제를 초래한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향후 40년에 가까운 여생을 국가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노인 일자리는 노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장에서 노인복지관의 할아버지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1년 가까이 함께 하며 노인 일자리 정책의 힌트를 얻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친화력과 사교성, 사회 활동력 또한 남성들이 위축되는 경향이 많다. 노인복지관은 물론이고 동네 경로당에서도 할머니의 숫자가 할아버지 숫자를 훨씬 웃돈다.

 

프로그램 참여율도 할머니가 압도적이다. 평생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만하고 나이 들어 뒤늦게 가족에게 돌아온 남성들은,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할아버지를 위해 만든 할아버지 학교’. 할아버지들이 음악 수업과 미술심리치료를 받으며 합동 연주회도 하고, 본인의 인생을 그림으로 직접 그리고, 공동 프로젝트로 소년원 담벼락에 벽화 그리기 작업을 했다.

 

지저분하고 어둠 컴컴한 담벼락을 깨끗이 청소해 하얀 색칠을 하고, 또 하늘색 밑그림을 두어 번 칠하고, 자작나무 숲을 테마로 나무 하나하나, 동물들,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풀어 놓았다. 각자 타일 조각에 그린 나의 어린 시절을 담벼락 하단에 꼼꼼히 붙이기도 했다. 한 달을 꼬박 벽화 그리기에 몰두했다.

 

그 과정 속에서, 할아버지들은 난생 처음 도전하는 벽화 그리기였지만, 지도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페인트를 섞고, 롤러로 물감을 찍어 위태위태하게 사다리에 올라가 높은 벽에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울퉁불퉁한 벽엔 행여나 페인트가 제대로 안 발렸을까 붓으로 덧칠하고, 뒷정리도 깨끗이 하고, 벽화가 완성된 후에도 한 번씩 살그머니 가서 벽화 어디가 잘못 되었나, 더러워지지는 않았나, 점검하고 청소하고, 이구동성으로 우리 이런 거 내년에도 또 해요!” 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저분들에겐 취미가 일이요, 일이 활력이고, 기쁨이란 걸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어느 건축사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건축 현장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경기가 힘들어도 건축은 늘 하는데, 현장에서는 단순 작업, 허드렛일 같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 많거든요. 힘센 젊은이보다 나이든 경험 많은 어른들이 일을 더 잘 해요. 젊은이들은 며칠 나오고 소리도 없이 안 나와요.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며 도시에 폐교가 늘어나고 있어요. 폐교를 활용해 건축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건축 현장에 꼭 필요한 인력, 어찌 보면 은퇴 노인층이 답이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던 공간을 이제 어르신을 위해 사용하면 좋겠어요. 어찌 보면 그분들에게 돌려드리는 거예요. 폐교를 어르신들 놀이터 겸 인생 이모작 센터로 만들면 어때요? 건축 기술을 배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의 인생을 재건축하는 건축학교 말이에요여기서 노인 일자리 문제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새출발노인들의 이모작 2의 인생

 

노인에게 일은 단순히 길어진 노후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돈으로서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 그분들이 평생을 해 온 일이 있다면 은퇴 후에도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드리는 것, 은퇴 후, 그동안 못 해봤던 일이 있다면 용감하게 배워서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쟁의 폐허에서 평생 고생하며 우리나라를 만들어 낸 그분들의 존재와 인생에 감사하며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우고, 다음 세대인 우리가 그분들에게 다시 제 2의 인생을 되돌려 드리는 것. 그것이야 말로 노인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복지적 차원을 넘어, 인생의 의미를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 정책을 펴는 게 해답인 것 같다.

 

필자는 구청의 여러 과와 기관이 합심하여 어르신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케 한 경험이 있다. 환경관리과에서 재활용수거함 등의 하드웨어 기반을 구축하고, 가족복지과에서 노인 일자리 예산을 마련해 지역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부키환경보안관은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재활용분리수거 홍보 및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동화책을 읽어주며 어르신들의 지혜와 사랑을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어, 어르신에겐 소득창출과 사회 기여의 기쁨을, 아이들에겐 올바른 인성교육과 자연스런 세대 간 소통을 가능케 하는 부키할머니 이야기나라사업단도 올해 시행할 계획이다.

 

어찌 보면 작은 일이지만 여러 분야의 종사자들이 함께 머리를 짜내어 의미 있는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어르신들에겐 소득을 넘어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 드리는 게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핵임이 아닌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카페 나우에서 일하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난다. 반듯하게 빗어 넘긴 흰머리와 안경 낀 단정한 모습의 할아버지.

 

아침에 눈을 뜨면 일하러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이 나이에 이렇게 멋지게 입고, 이렇게 재미있게 일하는 게 어디야? 젊은 사람하고 이야기도 하고, 우리가 장사 잘 하면 보너스도 받아요. 그 돈으로 우리 손자, 손녀 용돈도 줘야지.”하면서 희망의 웃음을 짓는 어르신. 우리나라 모든 노인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일하는 그날이 오기를...

 

윤은경 프로필

 

()한울네오텍 대표이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경지회 이사

IT여성기업인협회 영남지회 이사

()대구북구의회의원

 

 
  • 도배방지 이미지

칼럼 많이 본 기사